전시 제목 ㅣ공공미술 프로젝트 - 예술장이,공장장이展
장르 ㅣ 조각,설치
전시 기간 ㅣ2013. 11. 9 ~
장소 ㅣ문래동 3가 일대
졸업과 동시에 문래동에 터를 잡은지 내달이면 벌써 2년이다. 저렴한 임대료로 나만의 작업실을 구할 수 있는 곳, 늦은 밤 공구를 써도 되는 곳, 그리고 여러 장르의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곳. 문래동을 선택한 것은 이곳이, 바로 그런 암묵적 희망들을 발아시킬 수 있는 곳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문래창작촌의 제 1 구성요소는 '창작의 열정'이다. 문래창작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층의 철공장에서도, 2~3층의 예술가 작업실에서도 그 열정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소음이라고 느낄 공장의 기계 소리, 망치질 소리가 나에게는 "어서 작업하라"는 담금질처럼 느껴진다.
내가 문래동에 와서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철에 관한 인식'이었다. 아랫집, 옆집, 뒷집이 철공장이다보니 작업의 재료나 소재로 철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고, 기능학교 용접학과에서 전기용접과정도 수료하게 됐다. 그러면서 모르는 것, 부탁할 것이 생길 때마다 찾아뵌 이웃 공장 사장님들과는 어느새 내가 만드는 작품들이나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산업시대를 온 몸으로 이끌며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룩해낸 이들은 21세기 정보화시대와 문화혁명에 휩쓸려 힘없이 그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낙엽이 당연하듯, 그런 쇠락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시류(時流)를 두고 "낡았다" 말하고 "근대적(近代的)"이라 규정짓는다. 그러나 이번 작업을 통해 사실은 철공장에서 하는 가공과 내가 하는 예술이 형제처럼 닮아있었음을 깨닫는다.
예술과 비예술의 구분은 그것을 경계짓는 사람의 몫이다. 철공소와 작가로 나누어지는 문래동이 아닌, 예술과 가공이 함께 녹아있는 문래동, 그래서 그 경계를 나누기가 참으로 모호한 우리 동네가 되기를 꿈꿔본다.
기술적 도움이 필요한 것은 철공장들과 협업해 완성했으며, 재료는 주로 공구 오브제를 그대로 이용하거나 철공장에서 버린 자투리 철을 재사용해 철공장(문래동)을 상징하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낡은 곳이라는 오명과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예술장이와 공장장이가 공존하는 장(場)으로서의 문래동"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