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ㅣ순환 : 만물의 걸음걸이 (천근성 개인전)
기간ㅣ2014. 11. 5 - 11. 12
장소ㅣ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 M30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이는 아마도 가장 흔한 질문이자, 가장 오래된 질문일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 중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결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바위나 쇳덩어리도 결국은 풍화되고 녹스는 변화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결국 모든 우주 만물은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옛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어떠한 규칙을 찾고자 했다.
그런 옛 사람들의 관찰과 노력을 통해 발견된 것이 바로 지구를 둘러싼 행성들의 움직임이다. 지구는 태양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과 어우러져 있고, 옛 사람들은 이 행성들과지구의 거리 변화에 따라 물(水), 쇠(金), 나무(木), 불(火), 흙(土)의 기운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즉 우주의 움직임이 우리를 구성하는 원소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여 역학에서는 이런 다섯가지 원소들의 순환을 일러 우주 만물의 걸음걸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걸음걸이란, ‘만물이 흘러가는 방향’, 곧 ‘만물의 상태가 변화하는 양상’을 가리킨다.
이번 작업은, 다소 뻔하지만 살아있는 자들이라면 한 번은 생각하게 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과연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흘러가는가?”
‘나’는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기막힌 우주의 변천과정에서 생겨났고, 길면 백여 년 간을 그런 기막힘 속에 살다가, 죽으면 땅에 묻힐 것이다. 그리하여 ‘나’를 덮고 있던 가죽은 ‘흙’이 될 것이고, 몸 안에 있던 수분은 땅 속으로 스며들어 ‘물’이 되거나, 증발하여 ‘비’가 될 것이다. 흙이나 물로 돌아간 ‘나’는 모든 생물들의 영양원이 될 것이며, 만물을 잉태하게 돕는 씨앗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흙’이자 ‘물’이며 ‘나무’이자 ‘꽃’이고, 그 풀을 먹고 자란 ‘동물’, 그 살을 먹고 자란 또 다른 ‘동물’, 그 동물이 죽어서 다시 돌아가는 ‘불’이자 ‘쇠’일 것이다. 결국 인간의 생성과 소멸 역시 우주의 순환 속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작업을 위해 버려진 오브제들을 채집하였다. 이 오브제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필요로 인해 ‘생’하였지만 그 쓰임을 다하고 ‘불필요’가 되어 거리로 나온 것들이다. 이렇듯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겨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에 난 모든 것들의 원천은 결국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이며, 다시 그것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사람과 동물이 다르지 않으며, 식물과 사물 역시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自他不二.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 작가노트 中